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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첫 女용접기능장 박은혜 "여성이 도전 못할 일 없어"

입력시간 | 2019.09.30 07:54 | 박경훈 기자 view@edaily.co.kr
[8th 이데일리 W페스타, Personality3 도전]
'남성의 세계' 용접분야서 최초 여성 기능장 타이틀
결혼·육아·IMF 거치며 식당에서 설거지로 생계 꾸려
결혼 후 폴리텍대에서 만학, 산업현장교수로 강단에
제8회 W페스타에 연사로 나서는 박은혜 폴리텍대 교수가 서울 중구 이데일리 본사에서 인터뷰 중이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결혼으로 첫 직장을 그만두자마자 IMF외환위기가 닥쳤죠. 그 바람에 2년간 음식점에서 설거지를 했습니다. 그럼에도 10년간 했던 용접을 떠날 수 없더군요.”

박은혜(46)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전 한국폴리텍대 교수)는 대한민국에 최초이자 채 10명도 되지 않는 여성 용접기능장이다. 금녀의 영역으로 알려진 용접계에서 여성이 30여년 간 경력을 쌓는다는 것은 드문 일이다.

박 교수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삶을 ‘치열함’이라는 단어로 압축했다. 그가 용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가난한 가정환경 때문이다. 박 교수는 “배가 고파 용접 일을 시작했다”며 “고등학교 졸업 전부터 취업 외에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가정형편이 어려웠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음 그가 맡은 직무는 경리. 그는 “막상 회사돈을 관리하는 일을 해보니 적성에 맞지 않았고 지루했다”며 “당시 사장에게 기술을 배우고 싶다고 당차게 요구했다”고 말했다. 평소 박 교수의 심성을 좋게 보던 사장은 흔쾌히 용접의 세계에 발을 내딛도록 허락했다. 다만 일에서 만큼은 엄격했다. 그는 “초기 3~4년 동안 각종 현장을 돌아다니며 배관과 용접 기술을 터득했다”고 회고했다. 남성의 세계인 용접분야에서 그는 이방인 취급을 당하기도 했다. 박 교수는 “이제 막 20살이 된 여자가 용접을 하겠다고 돌아다니니 실제 허리춤에 차고다니던 소금을 뿌리는 일도 있었다”고 말했다.

결혼한 직후에는 10년간의 직장생활을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IMF외환 위기로 경력단절은 감수해야 했다. 그는 “식당에서 설거지를 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부부가 같이 살 집을 마련하기까지 2년간 매일 500인분의 식사를 준비했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결혼생활이 안정기에 접어들자 일에 대한 열정이 다시 타올랐다. 그가 서른한 살 나이에 폴리텍대 진학을 결정한 이유다. 박 교수는 “같은 회사에 다녔던 직장 동료가 ‘일하는 곳에서 기능장을 뽑아야 하는데 공부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했다”며 “당연히 집에서는 육아 문제로 반대를 했지만 일을 포기하지 않았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인천폴리텍대에 입학했지만 산업설비과 역시 남성의 세계였다. 그는 “초반에는 남학생들과의 거리감 탓에 고민이 컸다”며 “손수 만든 음식을 함께 나누고 힘든 공부, 실습을 같이 하다 보니 자연스레 친해졌다”고 했다.

이와 함께 그를 괴롭혔던 것은 필기시험. 박 교수는 “10여년 만에 다시 공부를 하려다보니 앞이 막막했다”며 “미련하고 무식하게 다 외우는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결과 그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용접기능장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됐다. 이후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로 선정돼 인하대와 폴리텍대 강단에서도 섰다. 현재는 한 중견 반도체 업체에 영입돼 관리직으로 근무하며 틈틈이 출강도 나간다. 박 교수는 도전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아직도 가슴이 뛴다고 말했다. 그는 “제가 가는 길에는 최초·처음·첫이라는 수사가 붙었다”며 “여성이 도전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웃음 지었다.

박 교수는 오는 10월10일 서울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감성 : 나의 선택, 나의 개성’을 주제로 열리는 제8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 출연한다.

대한민국 산업현장교수

고용노동부가 고도의 산업현장 숙련기술을 학교와 중소기업에 전하기 위해 2012년부터 시작한 제도다. 현재 대한민국명장·국제기능올림픽입상자·기능한국인·기능장·기술사 등 15년 이상의 산업계 경력을 갖춘 산업현장교수 1500여명이 자신의 오랜 경험과 기술노하우를 특성화고·중소기업에 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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